BOURIE by 조은혜

그녀에게 처음 무언가를 물을 수 있던 날, 물었다. ‘제일 싫어하는 것이 뭔가요?’ 라고. 돌아오는 답은 “불의(不義)요.” 뜻밖이었다. 불의라니, 싫어하는 것이 불의라니. 범상치 않은 내공 있는 이 디자이너에 대해 좀 이야기하고 싶다.

여성스럽고 예쁜 옷을 좋아한 소녀는, 작곡과를 졸업한 뒤 SADI에서 패션을 배우기 시작했다. 여느 날처럼, 학교의 친구들과 새로 생긴 숍이라는 ‘10 CORSO COMO’에 갔다가, 그녀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울림을 받는다. 한 눈에 딱 보아도 ’기괴한‘ 꼼 데 가르송의 재킷을 입어보니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옷이 기막히게 편안하고 몸에 ‘잘’ 맞았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가장 큰 충격의 순간이었다. 알고 보니, 꼼 데 가르송의 모든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능력을 갖춘 패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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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을 마치고는 파리로 떠나 패턴 디자인 학교 AICP에서 수학하고 돌아왔지만, 그녀는 곧바로 패션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카페를 운영했다. 이 긴 이력의 시간이 그녀에게 ‘빨리 빨리’ 보다 정확함, 유아독존보다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옷은 조금 다르다.

여지를 주지 못하는 ‘쨍’하고 과장되기만 한 요즘의 자극적인 옷 들 사이, 어디에나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넉넉함과 겸손함을 품은 그녀의 옷은 입는 이로 하여금,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힘을 갖는다. ‘부리’는 멋이 가득한 양재(洋裁) 옷이지만 넉넉함을 지닌 채 몸의 품새를 가다듬어주는 동양적 뉘앙스도 풍긴다. 이는 정직함과 올곧음, 느림의 미학을 찬미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옷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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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를 선보인 날짜를 기억하는가?
첫 번째라는 의미가 중요하지는 않다. 사람들 앞에서 처음 내 옷을 선보인 건, SADI 2 학년 때 공모전에 입상해 쇼를 치룬 공모전이었다. 그 일로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택했는가?

여러 이유가 있다. 워낙에 뭐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뭔가를 ‘잘’ 만들고 싶었다. 음악으로는 해소가 풀리지 않았다. 그러다 운 좋게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유가 딱 하나라면 근사하겠지만 그럼 너무 빨리 그꿈이 소진될 것 같지 않은가?

디자이너로 사는 기쁨은?
원하는 것이 잘 구현될 때. 즉, 핏이 잘 나올 때의 딱 1분. 그 이상 기쁠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일 년에 한 10시간 되는 것 같다.
 패션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입는 이의 제 2의 아이덴티티’. 사람의 상황, 성향, 그리고 성격을 너무나 쉽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것.
디자인이 잘 된 옷이란?
입었을 때 그림이 그려지는 옷. 움직임을 편안하게 해주는 옷. 한 마디로 패턴이 잘 떠진 옷.
시그니처 디자인 혹은 아이템은?
코트. 그리고 울 펠트로 된 것들.
소재에 대해하고 싶은 이야기.
원단을 선택할 때만 유독 힘이 든다. 굉장히 주관적인, 자신이 보고 입어왔던 원단을 선택하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며 디자인을 하는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내가 입을 때 예쁠 수 있는지 등등의 생각. 별의 별 생각을 다 한다.
디자인 작업에 영감으로 크게 다가가는 것은?
“사람”. 모든 것이 다 사람으로 귀결된다.
훗날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가?
BOURIE가 주는 모든 이미지를 안고 가는, BOURIE의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은 이룬 것 같다. ‘회사’로서의 꿈이 있다면, 좀 더 안정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
삶을 이끄는 좌우명?
없다, 규정짓는 것을 워낙 안 좋아한다.
디자이너 조은혜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르겠다, 있다고 해도 없었으면 한다. 정의 내리는 것이 싫다.

글/이소와 (컨트리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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