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TE 1 by 박자현

세상에 좋은 옷은 너무나 많다. 인스턴트 감성이 쿨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소모품으로 변해가는 지금, 과연 심장을 뛰게 하는 옷은 얼마나 많아졌나? 루비나의 세컨드 브랜드인 루트1은 이런 질문 속에서 탄생했다. ‘BECOME THE BEAT OF THE CITY’를 슬로건으로 가슴이 두근거릴만한 옷을 선보이겠다는 야심 찬 각오로 2017년 2월에 론칭했다.

루트1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레이블인 루비나 특유의 재단, 소재 등의 장점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루비나는 30여 년 동안 입체재단 기법으로 옷을 제작해왔고, 니트, 염색, 소재 등 자체 공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커다란 패션 하우스이다. 이 모든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동시대적인 감각을 더 불어넣고, 가격에 있어서는 진입장벽을 낮춘 것. 루트1의 옷은 어디선가 본 듯한 것이 없다. 비대칭의 러플 블라우스는 조각처럼 정교하게 빚어졌고, 몇 가지 컬러와 재질이 믹스 매치된 아이템들은 디자이너의 터치란 무엇인지를 말하는 아름다운 은유법이며, 강렬한 패턴의 니트 드레스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과 같다. 진정 패션을 사랑한다면 정말로 심장이 두근거릴만한 정교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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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1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박자현은 23세에 루비나에 들어가 니트부터 시작해서 우븐, 액세서리, 모피 등을 고루 섭렵하면서 루비나의 DNA를 고스란히 전수받았다. 그녀가 16년간 루비나에서 보낸 내공은 루트1이라는 브랜드에 아주 강력하게 발산되고 있다.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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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무대의 날짜를 기억하나?
2017년 2월이었다. 루비나 세컨드 브랜드 론칭은 내부적으로도 계속 논의되고 있었고 전년도에도 세미 론칭 형식으로 실험해봤는데, 이제는 진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드라이브를 걸었다.
론칭을 준비하면서 가장 처음에 만든 아이템은?
테일러드 재킷. 오버사이즈의 재킷을 툭 하고 걸쳐 입는 것이 쿨하다고 여겨지는 요즘이지만, 테일러링이 야무진 재킷과 팬츠는 정말 필요하니까.
루트1을 디자인할 때 어떤 여성을 상상하나?
도시적이고 감각 있고 트렌디하며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을 머릿속에 그린다.
루트1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무엇인가?
다양한 소재나 기법이 믹스된 옷. 이는 디자이너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테크닉도 필요하고, 단가가 높아지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루비나는 니트, 가죽, 염색 등 독자적인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고 루트1은 이를 다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택했나?
고모인 루비나 선생님을 어렸을 때부터 지켜보며 나 역시 아주 자연스럽게 디자이너가 운명이라고 느꼈다.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지금 뭐가 되었을까?
아마도 미술 선생님.
디자이너로 사는 기쁨은?
90%는 힘들어도 10%의 기쁨이 있고, 그 기쁨이 나를 지탱한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디자이너가 아니었다면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즐기는 순간 또한 적었을 것이다.
패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신을 나타내고 증명하는 것.
디자인이 잘 된 옷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옷. 그리고 입었을 때 편해서 자꾸만 찾게 되는 옷.
루트1의 고객은 어떤 면에서 특별한가?
루트1을 사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벌만 사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한번 사면 꼭 다시 오고, 한꺼번에 여러 벌을 구매하는 이들도 많다. 루트1의 드레이핑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걸려 있는 것보다는 입었을 때 더 좋으니까.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영감을 주는 것은?
주말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전시를 꼭 본다. 사진, 미술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흡수하다 보면 작업 중 어느 순간 이미지가 떠오르며 영감이 되곤 한다.
아름다움의 정의는?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당당함. 자신감.
삶을 이끄는 좌우명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하시면 다 되겠지 믿고 맡긴다. 덕분에 무슨 일을 하던지 겁을 내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하루와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충실할 것.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디자이너이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속의 비전을 가지고 산다.
디자이너 박자현의 패션 세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다양함에 대해서 겁을 내지 않는 당당함.

글/ 명수진 (프리랜스 패션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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